어른들이 만들어낸 지옥 같은 세상에서도 빛나는 아이들! 영화 <가버나움>

영화 가바나움(2019)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고 주인공의 말과 행동은 연기가 아닌 것 같다. 아니, 아닌가. 자인 역의 자인 알라피아를 비롯해 모든 인물이 전문 연기자가 아닌 해당 역할과 비슷한 환경, 경험을 가진 실제 인물로 캐스팅됐다는 후문이다.이 영화의 제목 ‘가바나움’은 이스라엘 갈릴리 해변에 있던 마을로 성경에 따르면 예수는 이곳에서 가난한 자, 약한 자를 위해 수많은 기적을 베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회개하고 믿지 않았기 때문에 예수는 성읍이 몰락할 것이라고 예언했고, 실제로 6세기에 쇠퇴하여 사람이 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상징성이 있는 제목이다. 이 영화의 배경은 레마논 빈민가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12세 자인은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부모 보호는커녕 하루 종일 일에 쫓기고 있다. 물론 학교에도 가지 않는다.무책임한 부모님과 돌봐야 할 동생들만 있는 집이었지만 자인은 그렇게 사는 게 자신의 운명이라는 듯 어리고 여린 몸으로 무겁고 가혹한 삶을 견디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돌보던 어린 여동생 사하루가 연상의 남자에게 팔려나가자 결국 집을 뛰쳐나와 거리를 떠돈다.여동생을 지키기에는 힘이 없고 자립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가족 곁을 떠난 자인의 손을 잡아준 것은 불법체류자로 불안한 삶을 이어가던 라힐이었다.라힐에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말아야 할 아이 요나스가 있다.라힐의 집에서 지내게 된 자인은 일하러 나가는 그녀 대신 요나스의 보호자가 된다.가난하고 외로운 아이들이지만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이처럼 예쁘고 반짝반짝 빛난다. 두 아이를 보는 내내 너무 불쌍하고 가슴이 아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너무 귀여워서 절로 미소가 났다.이렇게라도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요나스의 어머니 라힐은 불법체류자로 갑자기 붙잡히면서 두 아이만 남게 됐다.여동생 사할을 지켜주지 못해 집을 나선 자인은 요나스조차 지킬 힘이 없다.상처와 이별의 아픔만 안겨준 그곳을 떠나려던 자인은 여동생 사하루의 죽음을 알게 되고 결국 무책임한 부모를 고발한다. 나를 세상에 태어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사랑받고 존중받고 싶었다”는 자인의 말이 너무 가슴 아팠다. 죽은 여동생 사할 대신 또 아이가 생겼다는 엄마의 무책임한 말에 어이가 없었다.영화 ‘가바나움’은 어른들이 만들어낸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누리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나눌 수 없는 게 계속 미안해지기도 한다.가바나움 감독의 나딘 라바키 출연자 아라피아, 요르다노스 시프로 공개 2019.01.24.다행인 것은 이 영화에서 열연을 펼친 인물들이 영화 개봉 후 여러 기구의 도움을 받아 비교적 편안한 곳에서 가족과 함께 정착하면서 아이들은 학교에도 다니게 됐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영화에 출연한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가바나움’ 재단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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