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하정우가 처음 감독으로 데뷔하고 주연으로 출연해 영화로 제작된 작품 ‘허삼관 매혈기’ 영화의 평이 그 정도인 것을 보면 글자를 완벽하게 영상화시키는 데는 역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어떤 책은 제목만 봐도 구매 욕구가 생기는 법인인데, 책은 제목과 책 표지를 봐도 전혀 끌리지 않았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아마 선물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나한테 책을 선물할 정도면 나한테 관심이 있는 사람인데 내 취향이 너무 무시당하지 않았나 생각하면서.
제목 그대로 허삼관이 피를 팔아 인생을 꾸려가는 내용이다.허삼관은 허옥란과 결혼하는 정방씨와 근령이라는 사람을 통해 ‘피를 팔면’ 노동력보다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함께 피를 팔러 간다.35원이라는 거금이 마련되면 허옥란과 결혼하는 데 쓴다.허옥란과 결혼 후 일락, 이라크, 삼락 세 아들을 두는데, 놀랍게도 일락은 허옥란이 결혼 전 마음을 두었던 하소연의 아들임이 밝혀진다.
일락이 대장장이 방씨 아들의 머리를 돌로 쳐서 치료비를 마련해야 할 때에도, 피를 팔아 다리가 부러지고, 병원에 있는 임분방(허삼관이 결혼을 염두에 둔 여자)의 몸보신을 위해서도 피를 판다.이처럼 허삼관은 큰 돈이 필요할 때마다 피를 팔아 그 순간의 위기를 모면한다.문화대혁명 전후 시기 온 가족이 굶주림에 허덕일 때도, 이락이 부대 생산대장이 찾아왔을 때도.허삼관은 매혈을 한다.
함께 피를 팔던 중 소변이 터져 세상을 떠난 방씨를 봐도 뇌일혈로 죽은 근령을 봐도 간염에 걸린 하소연의 아들 일락을 위해 허삼관은 ‘피의 팔’을 멈추지 않는다.
피를 판다는 설정 자체가 낯선, 우리나라에서는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문화이기 때문에 섬뜩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허삼관이 이락과 삼락에게(자신이 하소연의 아들 이락을 지금껏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끝까지 이락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았을 때) 하소연의 딸들을 강간하라는 극언이라든가, 문화대혁명 속에서 허옥란이 하소연의 기출문제가 빌미가 돼 대자보가 붙어 비판투쟁대회에 끌려가는 장면은 어떨까.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고 밖에.
중국과의 문화적 간극이라든가, 사회적 분위기 차이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음에도 읽을수록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었던 가난과 거친 말투&행동 속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따뜻함이 있었고, 허삼관의 눈물 나는 부성애가 있었기 때문이다.소설 속 전체적인 분위기는 투박하기는커녕 천박하고 무지하다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속에 잊지 않고 등장하는 세 아들을 사랑하는 허삼관과 허옥란의 정이 무시하고 싶은 ‘조잡함’도 큰 틀에서 든든하게 지지해주기 때문이다. #호삼광 매혈기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위화장편소설 #최용만 옮김 #푸른숲출판사